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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6-18 16:12
예수를 왕으로 모신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글쓴이 : 이행로
조회 : 274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로 믿고 따른다는 것은 실제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를 의미합니다.

먼저 생각해 볼 것은,
 예수가 하나님 오른편에 앉은 아들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당시 유대인들에게 '하나님 오른편에 앉았다'는 것은
하나님의 통치 권한과 심판의 권한을 예수께서 모두 받으셨다는 의미였습니다.

또한, '신의 아들'이라는 말은
당시 로마 황제에게 붙여졌던 말이었으니,  예수가 '하나님 우편에 앉은 아들'이란 선언은,
유대인에게는 사형틀에서 죽은 자가 우리 왕이라는 거냐, 로마인에게는 황제에게 반란을 일으키려는 건가라는
뜻으로 전달되어 매우 위험할 수 있는 말이었을 것입니다.
'복음'이란 말도 원래 새황제가 등극할 때 쓰던 말이었고요.

아무튼, 통치권한과 심판의 권한 모두 받으신 하나님 우편에 앉으신 예수를 믿는다는 것, '복음'을 믿는 다는 것은,
십자가로 죄에서 구원받고 천국가는 것, 딱 거기까지이고 그 이후는 크리스천 개개인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아닙니다.

자기 인생을 뒷바라지 해 주는 능력 좋은 하인(=이 모든 것을 주께 의탁합니다) 쯤으로 여기거나,
감정을 해소해 주는 심리상담사로 여기거나(= 네... 그러시군요.),
가상의 연인으로 대하거나(케이크를 먹으며 주님께 감사 인스타....) .....등 등.
기독교 신앙이 엄청 개인화, 내면화 되는 등
예수를 따른다는 걸 꼭 혼자하는 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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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에서든, 신약에서든 하나님의 백성이란 건 늘 '공동체'였습니다. (구약은 이스라엘, 신약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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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앞서서, '우리가'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보통은 크리스천 개개인이 기독교적 영향력을 세상에 끼쳐야 한다고만 생각하지만,
그 전에, 예수를 따르는 백성인 교회 공동체 자체가 이 세상의 대안이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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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는 괴로움이 없는 낙원, 아무런 책임도 의지도 없이 살아가는 몽상적인 낙원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한 다스림이 일어나는 세상.
예수의 가르침이 실현되는 세상.
 사람들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그런 역동적인 실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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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가 오기 전까지, 교회는 바로 그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미리 보여줘야 할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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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교회가 단지 크리스천 개개인을 통해 국가나 사회를 좀 더 낫게 변화시키는 역할에 그친다면,
우리는 예수를 왕으로 모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예수가 세속 국가를 모시도록, 도구로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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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교회가 사후 세계 그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예수 천국, 불신 지옥만 외친다면,
그것 역시 예수를 사후 세계 보장을 위한 도구로 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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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대안적인 공동체가 된다는 것은,
예수의 왕적 권위 위에는 그 어떤 것도 두지 않겠다는 선언이고,
그것이 국가든, 민족이든, 이념이든, 개인이든, 그 무엇도,
그리고 그러한 교회 공동체는 필연적으로, 마가복음 전체를 관통하는 한 가지 주제, 즉 십자가로 귀결됩니다.

십자가의 의미는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서 온 인류의 죄악을 속하는 희생제물이 되고
예수 믿고, 죄짓고 용서 받고.... (무한 루프)가 아닙니다.

 예수 당시에 십자가는 단순한 형벌도구가 아니라 군사적이고 정치적인 형벌 도구로써,
주로 로마 점령지에서, 로마의 권위에 대항하는 자들을 십자가에 달았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돼지떼 안에 들어간 로마군대의 이름을 가진 귀신들을 갈릴리 바다에 수장시킨 일화,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질 거란 엄청난 예고 등을 통해 기존의 체제와 권세들이 무력화 되거나 무너질 것 등 등.

게다가 예수는 새 질서를 새로운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상징하는 열두 제자와 함께 시작하심으로,
기존 권력층과 종교 지도자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셨습니다.
무력 시위나 봉기가 없었음에도...
'하나님 나라' 라는, 세상에 이질적인 새 질서를 이 땅에 드러내기 시작한 것 만으로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라는 정치적 형벌로 제압해야 했던 것입니다.

로마 총독 빌라도는 예수의 십자가 죄패에 굳이 '유대인의 왕' 이라고 써서
그 기회에 유대 국가 전체를 비참하게 깔아내리며, 로마의 권위를 공고히 했고

유대교 지도층 역시, 자신들의 성전 체제가 옳다는 걸 백성들 앞에서 재확인 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가복음은 전혀 딴 얘기를 합니다.
바로 그 십자가 장면에서 로마 백부장의  " 이 사람은 정말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다"는 고백을 기록합니다.

마가는 자신이 첫 구절에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했을 때의 그 진정한 의미를
이 십자가의 장면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즉, 예수가 왕이시라는 건 그 분이 '십자가에 달린 존재'로 알려질 때 의미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십자가의 길은, 예수를 따르는 교회 공동체에게도 주어지는 주제입니다.

정리해 보면,
첫째, 예수께선 왕이시고 교회공동체는 다른 모든 가치 위에 예수의 왕적 권위를 두고 있는 자들이다.
둘째, 그런데 마가복음은 예수가 로마 제국이라는 국가 권력의 반역자로 처형당한 모습을 통해서 그가 왕이란 걸 드러내고 있습니다.
예수는 자신을 따르는 자들 역시 '자기 십자가'를 짊어져야 할 거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것.
이는 고난을 추구한다기 보단, 예수의 말씀을 지키면서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며 살아야 한다는 것.
그런데 그렇게 드러나는 하나님 나라를 세상이 꼭 반기지만은 않을 것이 십자가의 가르침입니다.
세상과 대립하고 단절돼서 무인도처럼 살라는 얘기가 아니라
국가 권력이나 사회가 예수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행동을 요구할 때 그걸 거부함으로 위험에 처했던 위대한 기독교인들처럼,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곳도, 산속이나 광야가 아니라 제일 인구가 밀집된 도시 한복판이었던 것 처럼

십자가를 짊어진다는 것은 오히려 세상 속에, 광장에 발을 디디고 살아갈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입니다.

기독교인이 되는 것은 낭만적인 일이 아닙니다.
세상에 어떤 불의한 일이 터지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이 땅에 소망을 두면 계속 불평과 원망만 쌓이니 우리의 본향은 천국이고 본향 가는 길에 이 세상을 잠시 거쳐가는 나그네라는 낭만적인 생각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다 천상의 세계로 가버릴 거면, 대체 하나님이 이  땅을 창조하신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기독교인은 본향으로 가는 중에 이 세상 잠시 거쳐가는 자들이 아니라
본향이 직접 내려와 이 세상을 덮을 것을 기다리는 자들
만물이 회복될 것이라는 그 날을 기대하며 나아가는 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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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하나님의 행동이 개시되는 곳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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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십자가의 외형만 남은 메가 교회의 성취와 부흥의 현장이 아닌,
때론 두려움에 흔들리고, 고독하고, 생채기가 나는 비루한 현실속 에서도
끝끝내 견디며 예수 따르기를 포기하지 않는 자들의 그 '길 위' 이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