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에 샛노랑 애기똥풀이 나왔습니다 유난히 먼지가 많은 올해는 봄물도 차오르지 않고 세상이 온통 바삭바삭 마르는 느낌이 듭니다 당신 하늘 가실 때에 숨차하며 말라가던 모습 같습니다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배움이 짧고 세상을 향해 자기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초라한 당신이 나의 아버지라는 것이 학창시절 내내 부끄러웠습니다. 먹고 사느라 바빠서 내 유년을 외롭게 만들었다는 것이 그렇게 서러웠습니다.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고 싶은 나의 아버지는 완전해야한다고 꿈꿨습니다.
내 아버지 당신은 평생 안아픈 날보다 아픈 날이 더 많아서 고통의 신음을 더 많이 들려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앞서서 나를 걱정하고 내가 가는 길을 지켜봐주며 환한 웃음만 웃음만 주 시려 했다는 것을, 당신은 나를 충분히 애지중지 키우셨고 당신의 삶은 말도 못하게 모질고 쓰디쓰고 힘들었다는 것을 그 시절의 당신보다 내 나이가 많아진 뒤에야 알았습니다. 내 아이를 키우며 눈물콧물 흘려보고야 깨달았습니다.
사랑은 다 가진 완전한 사람이 근사하게 베푸는 식탁같은 것이 아니고 사랑한다는 그 사랑의 이유를 전부로 매끼니 진심으로 함께하는 것이라는 것을 당신의 삶을 통해 배웠습니다.
당신을 향한 마음이 송구함이 되어 차올라옵니다. 더 표현하지 못하고 더 알아주지 못했던 것만 생각이 납니다. 당신이 나의 아버지여서 감사했다고... 당신 계신 하늘까지 이 내 마음이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동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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